알파벳 200억 달러 회사채 발행과 ‘100년 만기 채권’ 구상 ― AI 투자와 채권시장의 현재
구글의 지주회사인 Alphabet Inc.(알파벳)이 총 200억 달러 규모의 달러화 회사채를 발행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파운드화 표시 ‘100년 만기 채권(센추리 본드)’ 발행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며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100년 만기 채권이라니, “22세기에도 구글은 존재할까?”
“그때도 인터넷은 유지될까?”
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그러나 실제로 투자자들이 고민하는 리스크는 훨씬 현실적이고, 훨씬 가까이에 있습니다.
대규모 회사채 발행 러시
이번 알파벳 채권은 3년물부터 40년물까지 총 7개 트랜치로 구성됐으며, 수요는 1,000억 달러를 넘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당초 예상됐던 15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로 증액 발행됐다는 점만 봐도 투자자 수요가 얼마나 강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은 다른 빅테크 기업에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 Meta Platforms: 약 300억 달러 발행
- Oracle Corporation: 약 250억 달러 발행
AI 및 데이터센터 투자를 배경으로 설비투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2026년 주요 테크 기업의 CAPEX는 6,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중 상당 부분이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되고 있습니다.
금리 구조와 콜옵션(조기상환권)
알파벳의 10년물(2036년 만기) 채권 금리는 미 국채 대비 약 +0.63%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약 4.2% 내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종 금리는 약 4.8%대였습니다.
이 채권은 콜옵션이 포함된 구조입니다. 즉, 2035년에 회사가 조기상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어 있습니다. 형식상 10년물이지만, 실질적인 금리 민감도는 약 9년 수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콜옵션이 붙는 대신 투자자는 약간 더 높은 금리를 받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회사채 스프레드는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발행에도 불구하고 조달 금리가 낮게 형성되고 있는 것입니다.
100년 채권은 언제 등장
역사적으로 100년 만기 채권은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에 등장해왔습니다.
1차 물결: 1990년대 후반
미국 회사채 스프레드가 사상 최저 수준이던 시기, 다음과 같은 기업들이 100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했습니다.
- Motorola (1997년)
- Coca-Cola (1998년)
그러나 이후 Long-Term Capital Management(LTCM) 붕괴로 스프레드가 급등하며 100년 채권 발행은 중단됐습니다.
2차 물결: 제로금리 시대
2010년대 후반~2020년 전후, 초저금리 환경 속에서 다시 100년 채권이 등장했습니다.
- 오스트리아: 제로쿠폰 100년 국채 발행
- 아르헨티나: 100년 국채 발행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아르헨티나는 3년 만에 디폴트를 선언했고, 오스트리아 채권은 금리 상승으로 가격이 크게 하락했습니다.
즉, 100년 채권은 ‘시장 낙관론이 극대화된 시점’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파벳의 신용은 안전한가
현재 미국 회사채 스프레드는 다시 역사적 저점 수준입니다. 우량 발행사에 대한 수요는 매우 강하며, 기업 입장에서는 최적의 차입 환경입니다.
알파벳은 약 1,260억 달러의 현금 및 유가증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신용등급은 AA+입니다. 이번 발행 총액은 보유 현금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표면적인 신용위험은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짜 리스크는 AI 경쟁
하지만 핵심 리스크는 ‘100년 후의 세상’이 아닙니다. 관건은 AI 경쟁입니다.
알파벳의 AI 모델 Gemini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OpenAI의 ChatGPT, Anthropic의 Claude, 중국계 AI 기업 및 기타 글로벌 경쟁자와의 경쟁은 여전히 치열합니다.
AI의 수익 모델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저가 오픈소스 모델이 확산될 가능성, 가격 인상 시 수요 위축 위험 등 불확실성이 큽니다.
더 큰 문제는 AI가 기존 검색 광고 모델을 잠식할 가능성입니다. 검색 광고가 약화된다면, 알파벳의 핵심 현금 창출원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초기 투자 실패의 부담은 주로 주주가 지지만, 막대한 차입이 누적될 경우 채권자 역시 스프레드 확대라는 형태로 리스크를 떠안게 됩니다.
100년 채권의 ‘수학’
흥미로운 점은, 100년 채권의 가치는 100년 후 원금 상환에 달려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가치 기준으로 보면, 만기 시 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지급액의 약 0.3%에 불과합니다. 투자자들이 실제로 주목하는 것은 향후 수십 년간의 이자 지급입니다.
듀레이션(투자 원금 회수 기간 개념)으로 보면, 알파벳 100년 채권의 실질 듀레이션은 약 17년 수준입니다. 이는 40년물 채권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결국 투자자들이 판단해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향후 15~20년 내에 알파벳이 AI 경쟁에서 승자가 될 수 있는가?”
이번 100년 채권 검토는 다음 세 가지 환경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 역사적 저스프레드 환경
- 빅테크의 대규모 AI 투자
- 장기 자금 운용 수요
이는 자산 가격 버블의 신호일 수도 있고, 빅테크가 ‘경량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자본집약적 AI 인프라 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투자자들이 걱정해야 할 대상은 22세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AI 전쟁이라는 점입니다.
100년 채권의 가치는 결국, 향후 수년간의 기술 경쟁 성패에 의해 결정될 것입니다.